슬기로운 목사생활
현재 프리랜서 또는 프리 에이전트 라고나 할까? 이런 상황이라 목사라는 호칭이 부끄러운 것 같지만 다음을 위한 쉼과 준비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결코 헛된 시간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메디컬 드라마다. 여러 메디컬 드라마와 전직 간호사인 아내를 통해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서 의료진들의 고충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슬기로워야 할지, 그리고 그로 인해 환자들이 누리는 축복이 얼마나 클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의료진들의 단순한 의학지식만으로 환자의 치료가 최고의 성과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맞는 상황 판단과 환자의 심리까지 이해할 수 있을 때 최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드라마는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나온 의학 드라마중에 단연 돋보이는 웰메이드 드라마라 자타가 인정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하여 요즘 슬기로운 목사생활이란 어떠해야 할까 고민해 볼 수 있는 적절한 적용점을 적절한 타이밍에 제공해주는 드라마니 더욱 반가울 따름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슬기로운 목사생활이란 무엇일까?
목회를 쉬고 있으니 게으른 목사가 되기 십상이지만 슬기로운 목사가 되기 위해 고민과 함께 절제와 실천이 어느때보다도 요구된다.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에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하지만 나름대로 슬기로운 목사생활, 그리고 아버지 생활이 되기 위하여 발버둥 쳐보고 있다.
슬기로운 목사생활이 되기 위하여 전념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말씀과 기도생활을 가까이 하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집에 있다보니 기도가 쉽지가 않다. 새벽기도를 사수해야만 한다.
2 영어공부에 진력하다
미국 교회 출석과 봉사 그리고 사역을 위해 당연한 것이다. 유학생활 기간을 따져보았을 때, 영어 실력이 이 정도라니 창피하다. 발전도 별로 없는 것 같아 두렵고 망설여진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3 독서클럽을 사수하다
이전 부터 해오던 두개의 북클럽에 하나 더 추가하여 세그룹의 북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한 클럽은 일주일에 두 번하는 중이니 4번의 모임이 있다. 덕분에 억지로라도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4. 번역작업을 하다
얼마전 북클럽의 고목사님을 통해 번역작업을 제안받았다. 그래서 북클럽 목사님 4명이 함께 번역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양이 많고 시간이 지체되어 당황스럽다. 그래도 뭔가 꾸준히 해야 할 것이 있으니 감사하다.
5. 미국교회 문을 두드리다
미국 교회 출석을 위해 현재 세 교회를 방문했고 직접 면담도 하였다. 출석 뿐만 아니라 봉사와 사역의 기회도 얻기 위하여 직접 찾아가서 문을 두드린 결과 세 교회 모두 반갑게 환영하며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도록 독려을 해주었다. 그리고 한 교회는 유급 직원으로 채용 할 가능성도 있기에 설레이기도 하지만 짧은 영어로 인해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들이대 부총장으로서 (총장님은 김흥국 선생님^*^) 담대하게 두드리고 찾아다닌 결과 좋은 분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며 인맥을 넓힐 수 있어서 감사하다. 각기 다른 교회의 모습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많음 또한 프리랜서, 프리에이전트의 특혜가 아닐까 한다. 다만 수입이 없는 것은 가정에 치명적인 애로 사항이다.
6. 새로운 사회 직장을 구하다
내 평생 교회에서만 사역했기에 사회생활은 샌프란시스코 스타벅스 바리스타 경험외에는 전무후무하다. 그러기에 낯설고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기셔서 이미 한 곳은 구두로 채용 확인을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그 뒤로 연락이 없어서 그런지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 상황에서, 이번 주 Kids director 채용 인터뷰를 했던 교회에서 자신들이 운영하는 크리스천 스쿨 교사로 일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였다. 평소 초등학교 보조교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기에, 듣던 중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임금은 낮아도 ($15~17) 아이들을 좋아하며 기독교 학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기독교 학교의 운영을 배울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그래서 어느 직장을 해야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막내 린이 학교 교장께서 나의 지원서를 받으셨는지, 취업을 위해서는 전 직장 상사의 추천서가 있어야 학교 교사나 스탭 지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주셨다. 이 말은 곧 추천서만 있으면 학교 일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원 하고 있는 곳마다 좋은 소식이 들려서 주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가장 필요한 곳에 사용해주시기만을 기도드린다.
7 가정을 섬기다
가장 중요한 슬기로운 생활이 있다면,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슬기롭게 가정을 섬기는 것이다.
가끔씩 뵙는 분들마다 이런 말씀을 하신다.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살쪘다는 소식보다는 좋게 들리지만 마냥 그런 것은 아니다. 돈을 못 벌어다 주는 처지라, 스스로 눈치를 보며 식량을 절약하고 있다 (아 슬픈 현실이여!). 주로 아이들이 먹다가 남은 것을 버리기 아까우니 처리하는 샘 치고 먹다보니 대충대충 먹고 산다. 나라도 아껴야지 하며 ㅎㅎㅎ. 슬기로운 건진 몰라도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중이다. 특히 일하고 오는 아내를 위해 저녁이라도 미리 준비해놓으면 좋겠는데, 평소 하지 않은 일이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실험결과 내 음식은 아이들이 잘 먹지 않아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밥 앉혀놓고 설거지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큰소리 치는 중이다. 물론 빨래 마무리는 기본이며 빨래를 정리하는 것까지 할 수 있으면 더 착한 남편이리라.
마무리하며
사실 슬기로운 생활의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무조건 열심히 이것 저것 많이 한다고 해서 결코 슬기로운 것은 아닐 것이다. 친구 목사님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조언을 해주셨다. "한 번에 너무 많이 하지 말고, 한가지씩 정리하고 하세요. 미국교회도 여기 저기 넘 많이 알아보지 말고, 한 군데 꾸준히 다녀보고 결정하세요." 그렇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이니, 쉼과 함께 천천히 가는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 곧 일을 시작할테니 이제 좀 쉬어야겠다. 슬기롭게 쉬고 슬기롭게 놀고 싶다. 그리고 슬기롭게 새로운 교회와 직장을 구하고 싶다. 주님이 주시는 지혜로.
잠언 19장
1 가난하여도 성실하게 행하는 자는 입술이 패역하고 미련한 자보다 나으니라
2 지식 없는 소원은 선하지 못하고 발이 급한 사람은 잘못 가느니라
3 사람이 미련하므로 자기 길을 굽게 하고 마음으로 여호와를 원망하느니라
21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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