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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Miscellaneous

개는 훌륭하지만, 사람이 먼저다 (강아지 입양의 딜레마)

by PastorHaHa 2021. 10. 31.

강아지! 키우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함께 늘 자란 탓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듯 사람을 좋아해주는 강아지를 안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크리스천으로서 강아지를 직접 키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신앙의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강아지를 소중히 하는 만큼 사람을 더 소중히 해야 한다. 강아지를 먹이고 입히고 돌보는 비용만큼 이웃을 더 사랑하고 섬겨야 한다. 왜냐하면 강아지가 사람을 위해 있지 사람이 강아지를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티비 프로그램 제목처럼, 개는 훌륭하지만 개가 사람보다 먼저는 아니다. 동물 애호가들에게 비난들을 만한 철학일지 모르겠지만, 이 신념은 어디까지나 성경적이라고 믿는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이지만, 동물은 결코 하나님의 형상이 아니다. 존재의 무게를 놓고 보면 사람과 강아지를 비교할 수는 없다. 오해하지는 말라. 강아지를 결코 싫어해서가 아니다. 다만, 강아지 지상 천국이 되는 현실 사회가 애썩하기 때문이다. 

 

2007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한인교회를 섬기기 위하여 이민을 갔다. 그곳은 흑인이 주인이지만, 상권은 대부분 백인들, 유태인들, 인도인들, 중국인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흑인 다수는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때만 해도 흑인 노동자들의 월급은 미화로 200~300달러에 불과했다. 자가용이 없기에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서 대부분의 상점은 저녁 8시면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들은 양철로 만든 빈민촌 단지에 모여 힘겹게 살고 있었다. 반면 백인들이나 동양인을 비롯해서 개인 비지니스하는 사람들은 10배 정도의 소득으로  족함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가정부를 저임금 (월급 100불 정도, 숙소와 음식 제공 조건)에 고용하여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다. 나 또한 토요일마다 오전에 4시간 정도 가정부를 두었다.  10~15불이면 충분했기에 안락한 삶을 추구한 무리의 일부로 살 수 있었다.

 

South Africa Township
Aerial View of township in South Africa

 

하지만,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늘 불편했다. 국가도 해결 할수 없고, 교회도 해결할 수 없는 근원적인 빈부격차. 교육 여건이 열악하기에 미래를 위해 나아갈 수가 없는 현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현재의 삶에 주저앉은 자포자기. 그러니 아무런 변화가 없는 남아공 현실. 그런 사회속에서 크리스천이 강아지를 키운다는 것은 나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신앙양심이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월급 100불, 200불 받는 그들에게 강아지는 상전이었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밥 걱정없이 매일 먹는 강아지로 태어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의 삶은 개보다 못한 삶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눈에는 강아지를 가족처럼 키운다는 것은 신앙양심이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이런 현실을 경험하고 나서, 애완견 입양에 관한 확실한 철학이 생겼다. 개는 훌륭하지만, 사람이 더 소중하다. 그래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자유이지만, 크리스천이라면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 보다 이웃을 더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강아지 밥 먹이는 만큼 가난한 자를 먹일 수 있어야 한다. 강아지가 아파 마음이 힘든 것보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이웃들에 더욱 마음이 아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 앞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 결코 부끄럽지 아니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 내가 믿는 성경적인 애완견 철학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요즘 흔들리고 있다. 나의 신념과 철학이 무너지는 순간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있는 딸 아이들이 작은 아파트에서 지내는 것을 힘들어 한 나머지, 하우스로 이사가지 못한다면 강아지라도 키울 수 있게 해달라고 몇년 동안 애걸복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강아지 이슈로 사춘기 자녀들과 늘 부딪히다보니 세상에 이런 지옥이 따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두손두발 들고 사주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어쩌면 좋으랴. 말만 해놓고 행동으로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어려운 경제 형편에 강아지가 아파도 병원 데려갈 돈도 없을 것 같은데, 강아지 돌봄에 지출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이웃사랑과 구제에 사용하기란 불가능할 것 같다. 딜레마도 이런 딜레마가 없구나.

주여 부디 구원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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