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23

엄마: 냉혹한 현실과 따스한 복음 나이 50 자폐 아들을 홀로 돌보시는 어머님.몇 년 전 치매로 고생하시다 세상을 떠나신 남편의 빈자리가 유독 더 크게 느껴졌던 오늘 Mother's Day 였던 것 같다.전화 통화 내내, 그리고 지금도 마음 한켠이 아린다. “어머님, 오늘 마더스데이 축하드리고 축복해요. 따님과 좋은 시간 보내셨나요?”“아이고, 목사님… 정말 제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딸을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도 없었어요…”“아니 왜요? 그럴 수는 없는데…” 사연은 이렇다.남편의 부고를 얼마 전에야 알게 된 지인들이 조의금을 모아 수소문끝에 따님과 연결되어 전달했고, 어머님은 그 소식을 듣고 며칠 뒤 따님 댁을 방문하셨다.그리고 조의금 내용이 궁금하여 보여 달라고 요청하셨는데, 돌아온 딸의 반응은 충격이었다.“엄마.. 2025. 5. 12.
간절함의 열매 * 프롤로그 어느 환자 클라이언트를 10개월 만에 처음 만나다. 첫 통화를 한지 무려 10개월만에 처음 만난 클라이언트 환자다. 그것도 병원에서 수술 후 만남이라니. 심방하고 위로하기에 최상의 타이밍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에벤에셀의 하나님! * 첫 만남 올해 1월 첫 전화 통화때부터 쉽지 않는 클라이언트라는 사실을 알았다. 'Hello sir, my name is David, your Health Home care coordinator..." 그러자 들려온 대답은, "I don't want you. I am busy. Bye!"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음달 문자메시지와 함께 또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I don't talk with you. I wanna talk with your dire.. 2022. 10. 6.
자업자득 VS 은혜 뿌린대로 거둔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 일명 자업자득, 인과응보, 사필귀정... 자식 농사를 명확히 일컫는 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니 자괴감에 빠진다. 첫 아이를 키운지 15년째. 요즘 드는 생각이 딱 이 격언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셋 모두 사춘기가 되면서 싸우고 반항하고 질서없고 등등... 누구를 탓하겠는가. 보고 배우고 자란 탓 아니겠는가. 정말 자식 농사가 자업자득이라면 도무지 잘 할 자신이 없다. 경제적으로도 넉넉하지 못한 부모인데 인격까지 형편없는 부모의 자식들이라 미안하고 안쓰럽다. 그래서 자업자득, 인과응보가 아니라 오직 주의 은혜를 바라게 된다. 은혜 아니면 소망이 없는 것 같다.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시네' 라는 가사가 위안이 되며 자녀들이 부족한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해.. 2022. 7. 22.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 거의 뼈만 남은 한 여성 클라이언트를 3개월 동안 전화 통화만 하다가 지난 4월에 병원에서 처음 마주했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혈액 공급 부족으로 두 발이 (발목 위까지) 썩어가고 있었다. 정말 숨만 쉴 뿐 살아있는 미라(mummy)라는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뭐라고 물어봐야 할까. 영어로 인한 의사소통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전화상으로 내 영어를 절반도 못 알아듣기에 아주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환자가 힘든 상태라 대화하기보다는, 간호사를 찾아서 환자 상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환자 동의하에 차트를 잠시 들여다 보고서는 까무러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질병을 가지고 있을까 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절반은 어떤 병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2022. 7. 21.
마피아를 피해; 지극히 작은 자에게 저녁에 강아지와 함께 자주 산책 나가는 곳이 있는데 집앞 police station 이다. 오늘은 경찰서 마당에 세워진 경찰차에 많은 꽃들이 헌화되어 있어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마도 어느 경찰분의 순직을 애도하며 기념하고자 마을 주민들이 헌화한 것을 알게 되었다. 밤 9시가 넘어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차 주위를 도는 순간 한 사람이 서 있길래 깜짝이야 하며 움찔하는 순간, 이 사람 또한 놀라서 그런지 영어로 "왓 어 Fxxx..." 이라고 욕을 퍼부었다. 순간 속으로 '이 어린 놈의 새끼가 어디서 욕이야' 맞받아 치려다가 영어가 짧은 것도 있고, 어릴 때 야밤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동네 깡패에게 끌려가 개고생한 (?)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런지, 약간 긴장이 되었다. 혹시나 총이나 칼을 소지.. 2022. 3. 21.
엄마는 강하다 내가 돌보고 도와드리는 장애가정 중에,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여 만나게 된 미국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다. 손자의 나이는 19세. 그러나 갓난아기 때부터 원인 불명의 seizure 발작증세로 인해 양쪽 다리에 소아마비 증상이 생겼고 그로 인해 홀로 걸을 수는 상태이다. 또한 심각한 자폐증으로 인해 지능이 2~3세이며 대화가 전혀 불가능한 청년이다. 내가 그동안 만난 자폐증상 중에서 가장 심한 경우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더 마음이 아련했던 것은 이 19살 청년보다 더 외소한 몸을 가진 친할머니께서 어릴 때 입양하여 돌보고 계신다는 사실때문이다. 가정사는 잘 알 수 없지만, 소아마비 청년의 아버지가 8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나고 청년의 엄마가 여러 이유로 감당하기 어려워진 나머지 할머니께서 입양하여 어쩔.. 2022.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