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돌보고 도와드리는 장애가정 중에,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여 만나게 된 미국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다.
손자의 나이는 19세. 그러나 갓난아기 때부터 원인 불명의 seizure 발작증세로 인해 양쪽 다리에 소아마비 증상이 생겼고 그로 인해 홀로 걸을 수는 상태이다. 또한 심각한 자폐증으로 인해 지능이 2~3세이며 대화가 전혀 불가능한 청년이다. 내가 그동안 만난 자폐증상 중에서 가장 심한 경우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더 마음이 아련했던 것은 이 19살 청년보다 더 외소한 몸을 가진 친할머니께서 어릴 때 입양하여 돌보고 계신다는 사실때문이다. 가정사는 잘 알 수 없지만, 소아마비 청년의 아버지가 8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나고 청년의 엄마가 여러 이유로 감당하기 어려워진 나머지 할머니께서 입양하여 어쩔 수 없이 떠 맡으신 경우가 아닐까 한다.
청년은 대부분 소파에 앉아있지만, 가끔씩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서 거실을 거닐다보니 언제 넘어질지 몰라 헬멧을 항상 착용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니 할머니가 하루 종일 손자 옆에서 눈동자같이 지키고 붙들고 계셔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뼈만 앙상해 있을 정도로 야위셨다. 너무나 가련한 어머니이자 할머니.
그러나 나의 근심과 걱정을 무색하게 한 것은 어둑한 방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할머니의 미소 때문이었다. 그동안 여러차례 통화했음에도 이렇게 힘든 현실속에 살아가고 계신다는 사실을 미쳐 느낄 수가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하는 순간이었다. 힘드실 만도 한데, 그만두고 싶으실 법도 한데 사랑하는 내 딸의 아들이고 내 손자이고, 이제는 내가 입양한 아들이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라는 진리를 가까이서 진심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
떠나기전, 여느 때처럼, 혹시 신앙이 있으시냐고 여쭤봤다. 그러자 천주교와 가까운 편인데 자신은 하나님을 믿는 크리츠챤이라고 고백했다. 전도 목적의 방문이 아니었기에 회심한 경험이 있는지는 여쭤보지는 아니했다. 아무튼 듣던 중 반가운 고백이었기에, 내가 목사라는 사실을 소개하고 할머님의 가정과 아들을 위해 기도해도 되겠냐고 여쭤보았다. 흔쾌히 승락해주셨기에, 헤어지기전 축복 기도로 마무리를 하였다. 할머니의 어깨와 무릎꿇고 앉아있는 청년의 머리에 손을 올려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와 축복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빌었다. 의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 아버지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기도를 마치고 엄마이자 할머님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며 예수님의 눈물을 보았고 함께 울었다.
이 여인을 불쌍히 여기시고 이 가정을 구원하시고 이 아들을 붙들어 주시옵소서. 치유하여 주시옵소서.
주의 영광을 나타내실 줄 믿습니다.
"주 예수를 믿어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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