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am blind but...
케어코디네이터로서 영어가 짧다보니 주로 문자로 먼저 연락을 취한다. 감사하게도 대부분 문자로 반응을 잘 해주는 편이다.
그리고 중요할 때는 직접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한다.
몇일 전 한 여성분에게 이런 저런 필요한 내용들을 문자로 보냈기에 내가 보낸 정보를 확인해 보았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주 충격적인 답변을 들었다. "I am blind..." (What?) "I am so sorry..."
넘 당황스럽고 죄송하여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큰 실례가 아닐 수 없었다. 미리 클라이언트 정보를 확인했어야 하는데, 한번에 여러 클라이언트들을 연락하다 보니 놓친 것도 있고 누가 누군지 헤깔려 하는 중이었다. 이래서 핑계없는 무덤이 없다고 했던가.
그리고 오늘 매달 한번씩 해야하는 인터뷰를 위해 미안함과 두려운 마음을 머금고 전화를 걸었다. 과연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떻게 위로를 해야할지 난감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기도를 하였기에 주의 은혜를 의지하며 시작하였다. 결과는 정말 상상이상으로 은혜 (?)와 기쁨이 넘쳤다. 그 이야기를 잠시 하고자 한다.
현재 여러 질병으로 고생하는데 가장 큰 병은 아무래도 시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리고 회복 불가능하다. 그래서 막내 아들 (7학년)은 어쩔 수 없이 큰 딸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두 아들 마저 자폐로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불평하던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대화중 너무나 궁금해서 시력은 어떻게 잃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첫 통화였지만, 서로 신뢰가 생겨서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여성분도 거리낌없이 자신의 아픈 과거를 나눠주셨다. 전 남편의 가정 폭력과 학대로 인해 심한 우울증이 있었고, 기타 여러 상황들로 인해 죽으려고 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약물 과다복용으로 시력을 몇년 전에 잃었다고 한다. 그 뒤 상황은 물어볼 수도 없었을 뿐더러, 듣지 아니해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인다.
그런데 난 너무 신기했다. 전혀 그런 사람처럼 안 보였기 때문이다. 이전 코디네이터가 작성한 최근 노트들을 보면 이 여성분은 너무나 긍정적이고 삶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전화 통화중에도 그런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우울증 검사 질문지를 보면 전혀 우울한 증세가 없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녀가 대답하길,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 앞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그러나 지난 4년 이상의 치료 과정을 통해 정신적인 회복을 경험하였다. 그리고 믿음이 신실하며 클라이언트들을 정말 사랑하는 이전의 케어코디네이터께서 이 분을 성심껏 도왔기 때문이다. 비록 여전히 여러 질병들이 있지만, 그녀에겐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자신과 같은 자살충동을 경험하는 십대 자녀들을 위한 상담가가 되고 싶다. 내가 그 고통을 알기에, 그런 어린 십대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가가 되고 싶다...'
보이지 않아도, 누구보다 많은 것을 보는 사람이다.
이제는 상담을 받는 자가 아니라 동기부여를 해 주는 자가 되었다.
역경과 고난이 새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기도해주기로 약속했다. 흔쾌히 받아들였다.
하나님의 은혜가 그녀에게 머물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 예수
행복 (손경민 작곡, 작사)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
눈물 날 일 많지만 기도할 수 있는 것
억울한 일 많으나 주를 위해 참는 것
비록 짧은 작은 삶 주 뜻대로 사는 것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세상은 알 수 없는 하나님 선물
이것이 행복 행복이라오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행복이라오
